잡생각

아마도 오늘 저는 된장남 인 듯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 좀 하겠다고, 책이고 랩탑이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길거리에서 3불50전 짜리 저녁을 우걱우걱 먹고 가까운 별다방에서 2불50짜리 커피를 사들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왠 뜬금없는 주제로 시작하나 궁금해 하실텐데, 이글은 제목 그대로 잡생각을 다시 더듬어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잡생각이 많은터라 머리로는 세계를 구하지만 정작 깨어보면 그냥 현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을 보니까, 이것저것 사실확인과 숫자확인할것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차라리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들을 쓰는것이 더 쉽고 술술 써지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공부하기 싫어서 그냥 키보드에 막 생각나는데로 두드리고 있습니다. 다음 블로그 주제도 써야 하는데, 귀찮고 피곤하고 해서 좀 뭉기적 거리는 중입니다. 그동안 키보드나 좀 두드리다가 진짜 공부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글 올리고 책으로 복귀해야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읽는 것들이 지금 제 머리에서 툭툭 튀어 나오는 잡생각들 입니다. 혹자는 제가 조리있게 글을 잘 쓴다고 하셨는데, 제 머리속의 진실은 바로 이렇게 산만하고 잡생각 많고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고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 출근하기가 싫었습니다. 몸도 안좋고 목도 부어있고 머리도 띵하고, ‘아 18 18’ 하면서 일을 갈까 말까를 10번도 더 결정하고 번복하다가 결국에 회사에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당당하게 모두에게 굿모닝 돌려가며.ㅎㅎ 뭐 어쩌겠습니까. 사회생활 10년 넘어가면 두꺼워지는건 뱃살과 얼굴낯짝뿐이 더 있겠습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드는 잡생각…. 아~ 진짜 머리 아프네… 괜히 들어왔네. 그냥 조퇴할까…아니지 일이 산더미인데 이왕 들어온거 일 좀 하다가 일찍 가야겠다… 그러고는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아씽.. 그러고 보니 오늘 회의일정이 잡혀있네… 준비 하나도 안했는데. 그러곤 회의요청한 동료에게 전화합니다. “나 꼭 참석해야되?” 어짜피 참석할거면서 괜히 한번 물어봅니다. 훗~ 무슨 심보인지.

전 회의를 별로 안좋아 합니다. 아니 불필요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뭔말을 해야할지 준비도 안된 사람들 모아놓고 했던말 또하고 이해시키고 결론도 안나고… 제가 믿는 효율적인 회의는, 참석자들이 준비된 아젠다에 대한 생각과 결정을 이미 마음속에서 내리고, 회의때 서로다른 의견들을 조율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 눈빛보면 다 보입니다. 적당히 따라가는 스타일인지 준비가 되었는지, 아님 그냥 바보던지. 전 회의 시작 10분정도 지나서 사람들이 준비가 안됐다 싶으면 숙제하고 담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어짜피 그렇게 회의 1-2시간 해도 또 만나야 하거든요.

이렇게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참고 앉아 있다가 회의가 끝나니 점심시간이네요. 흠…오늘은 또 뭘 먹을까 고민을 합니다. 주위에 왠만한건 반복적으로 다 먹어봐서 너무 지겹습니다. 미쿡음식 싫어요. 그렇다고 안먹을수도 없고. 샌드위치는 앞니를 써야해서 못먹고, 잘게 썰어서 입으로 쏙 들어가는 음식만 먹을 수 있습니다. 아~ 저 지난 4월에 부상당한거 아시는 분은 아시죠? 3루수 보다가 타자가 친 볼에 직선으로 입을 맞아서 옥수수 6개가 팝콘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이빨들이 입안에서 사라질때의 그 황당함이란… 당일에는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몸에서 빠르게 아드레날린을 펌프질 한거죠. 응급실에서 간호사와 살짝 티격태격했습니다. 간호사가 몰핀을 놓을려고 해서, 제가 안 아프니까 됐다고. 근데 제가 충격받아서 아픈지 모르는 거라고 결국은 몰핀을 맞았습니다. 전인권이 되어 땡깡이라도 피워볼까 했는데 그냥 참아야죠 뭐. 그러고는 청구서에 “몰핀”. ㅡㅡ; 그러고는 빠진 치아들을 들고 복구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안이 만신창이 되는 케이스가 드문가 봅니다. 저 수술 받을때 인턴4명이 밤 10시에 불려 나와, 제 주위에서 열심히 감상. ㅡㅡ; 탄성을 지릅니다. 오~마이~갓… 이런 케이스 접하기 힘든데 너무 잘됐다고. 이것들이 죽을라고… 환자 앞에두고.

최근에 복구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이를 임플란트 했습니다. 턱주가리에 드릴 돌려서 나사 집어 넣는게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더군요. 그냥 일반적인 시술이라고 생각하다가, 당하니깐 그게 아니에요. 어찌됐건..그 후론 70대의 생활을 하고 있네요. 옛날 서민들이 원했던 5복이, 치아가 좋은 것, 자손이 많은 것, 부부가 해로하는 것, 손님 대접할 재산이 있는 것, 명당에 묻이는 것이라 했는데…. 저는 졸지에 지지리도 복도 없는 남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도 복이 없어요. 하나도!

이렇게 잡생각은 이어지고, 결국에는 햄버거를 사와서 패티만 빼서 잘게 썰어 먹습니다. ㅡㅡ;;; 아 내 인생이여. 가오가 한번에 죽는구나. 하기사 지난 몇달간의 생활도 이랬는데, 세삼스레 뭘..이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울컥합니다. 아마도 아침에 몸이 안좋은 상태로 일어났더니 하루 전체의 컨디션을 망친것 같아요. 그나마 일주일전 임플란트 후, 하루에 항생제 2000mg 과 (Amoxicillin and Clavulanate Potassium, 875mg/125mg 하루 두번), 진통제 1600mg (Ibuprofen 800mg 두번)으로 버티었는데 아침에 목 붓고 머리 띵하니까 짜증지수 훅~ 상승후의 부작용이 울컥으로 나타났나 봅니다. 뭐 그래도 할일은 하고 그래야 하니까……라며 끄적끄적 하다보니 하루가 다 지나고 퇴근시간이 지납니다…. 아~ 시간 더럽게 빨리 가는구나…. 뭐했다고 벌써 7시냐…, 또 잡생각에 얽히게 됩니다.

이번 잡생각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것이냐 말것이냐로 10번을 또 고민합니다. 마지막 까지 지하철에서 내릴까 말까…하다가 에잇! 18! (속으로) 그러면서 도서관에 왔습니다. 들어오기 바로전에 길거리에 음식과 별다방 커피를 마시고.ㅎㅎㅎ 된장남 재섭서.

벌써 키보드를 두드린지가 한시간이 되어갑니다. 이렇듯 저는 수많은 잡생각과 산만함을 가지고 하루하루 그렇게 삽니다. 좀 더 집중할 수 는 없을까? 생각을 좀 더 논리있게 할 수는 없을까? 왜 공부가 안돼지…? 이런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MB마냥, 제가 옛날에 이 고민 해봐서 아는데요, 실제로 도움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이 글을 읽는 독자중에도 비슷한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죠… 다 그렇게 살아요. 저도 서른셋에 대학원 다시 들어와서 2년째 삽질하고 있어요. 직장에서 전쟁하고, 진이 쪽 빠져서 밤에 학과 따라가고 공부할려면 혼자 미친듯이 실실 웃을때도 있어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하면서요. 근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제가 30대에 꼭 넘어야 되는 허들 같아요. 그래서 중간에 막 걸려 넘어져서 속도도 더디고 그래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다시 일으켜 세워서 하나씩 뛰어넘는 방법이외에는 없잖아요.

흐미….머리에 잡생각을 블로그에 다 털어낼려면 밤새 키보드를 붙잡고 있어도 모자라겠습니다. 이젠 공부하러 갑니다~~ 다음 주제로 약속한 Form 990은 내일 쓸 예정입니다. 블로그 방문객이 없어지기 전에 하나 슬쩍 또 써줘야겠죠?ㅋㅋ

오늘도 이런 잡생각과 수많은 변수를 다시 머리속에 쑤셔 처박고, Life goes on, just fucking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