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이게 얼마만입니까? 블로그에 글 다시 쓰겠다고 사기(?)치고 잠적했다가 9개월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간 기체후일향만강 하셨는지요?ㅋ
사실 이 글을 전에 조금씩 조금씩 써 놨다가, 오늘 다시 보니까 흐름이 다 깨졌더라고요. 의자에 궁둥이 깔고 앉았을 때 후다닥 해치워야 하는데, 질질 끌다보니까 결국은 통째로 다시 쓰게 되었네요. 뭐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맘에 안 드는 글 한장 한장 짜깁기 하는 것보다, 다시 쓰는 게 더 낫습니다. 던킨에서 Coolata 대자로 사다놓고 슈가/카페인/칼로리 간만에 대박 섭취도 하고, 좋아하는 술도 안마시고. 밤엔 항상 취해있어야 하는데, 적응이 안 되네요.ㅋ
이번 포스팅이 다룰 주제는 ‘비영리법인의 인수와 합병’입니다.
Merger and Acquisition (M&A), 캬~ 거창하죠? M&A하면 일단 기업간의 인수/합병을 떠올릴 겁니다. 저도 예전에 관심 깊게 본 기업 중엔 HP의 Autonomy 인수가 있었죠. $11B에 사서 1년 만에 회계상의 문제로 $5B을 감가상각 (장부에서 지움) 한다고 했었죠. 서로 잘못 없다고 미뤄서 결국 US와 UK 두 나라의 수사를 시작한다고 했었는데… 제 생각엔 회계감사를 맡았던 Deloitte이 제 구실을 못했고, Autonomy의 전임 CEO도 많은 부분을 감췄다고 의심됩니다. 사실 회계감사라는게 경영진이 주장하는바를 외부감사팀이 확인하는 작업이라, 맘먹고 속일려면 충분히 속이고도 남는일입니다. HP 이사회가 Autonomy 회계장부와 외부감사팀의 의견만을 믿었다면 (그렇게 또 정당화 시켰고), 참 한심하다는 생각뿐이 안드네요. 그 엄청난 금액의 인수를 forensic accounting을 안하다니.. 암튼, 쭉 수사결과를 지켜 볼려고 했는데, 언젠가 뉴스에서 사라져 버렸네요…아님 제가 못보고 넘어갔거나.
암튼! 비영리법인도, 많지는 않지만 인수/합병을 행합니다. 그다지 뉴스에 나오는 일은 없지만… 그래서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단체에서 마침 추진 중이기도 하고, 합병위원회에 위원으로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저도 부족한 부분을 공부좀 했습니다. 주제 자체가 너무 방대하고, 모든 부분을 다루기엔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약 식으로 제가 알고 있고 공부한 부분만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은 열심히 구글링 하시거나, 좀 테크니컬 한 부분은 댓글로 질문 달아 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글의 관점은 비영리법인에 맞추어져 있지만, 기업이 합병하는 이유와 많은 부분이 겹치므로 이해하기가 많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합병이란걸 할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경제적인 이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기회, 성장을 위해 등등이 있지요. 기업은 간혹 ‘문어발 확장’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군라인을 인수해서 몸집만 커지게 하는 멍청한 짓도 하기도 합니다. 핸폰가게하다가 더 크겠다고 빵집도 하는 것 처럼요. 하지만 비영리 쪽은 같은 서비스를 하는 단체들끼리 합병하는 경우, 기부자를 늘리고 겹치는 서비스를 재정비하여 비용절감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뉴욕 링컨센터 같은 곳에서 갑자기 인권단체도 운영한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 것 처럼요.
암튼, 장기적인 전략에 맞춰 이뤄지는 합병이 대부분이고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합니다:
– 시장에서의 우위
– 시장 점유율
– 인지도
– 정치적 영향
– 기부자들 증가 => 전략적 모금활동
– 늘어난 스태프들로 인한, 더 많은 서비스 제공
– 규모경제의 향상
합병이 필요하지 않지만, 두 단체가 같이할 때 시너지가 많다면, collaboration -> strategic alliance-> corporate integration같은 방식으로 가기도 합니다. Corporate Integration의 마지막 단계는 합병이겠지요.
그럼, 합병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까요? 그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한쪽의 법인을 해체하고 상대쪽 법인으로 들어가는 것 입니다. ‘인수’라고 보면 됩니다.
법인 A해체 -> 법인 B 존속: 법인 A는 없어지고 법인 B만 남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 Acquisition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작은 규모의 단체의 자존심도 새워줄 겸, ‘인수’보다는 ‘합친다’라고 합니다. 일반 기업처럼 돈 주고 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좀 민감할 때가 많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인을 설립하고 해체하는 법이 다 다릅니다. 특히 비영리법인은 기부자들의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체를 하려면 주 법무부에 타당한 이유를 대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기부 받고 튀는 먹튀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요.
둘째로, 두 법인 다 해체하고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합병하는 경우입니다. 이 방식이 더 Merger라는 말에 어울리겠지요?
법인 A 해체, 법인 B 해체 => 법인C를 만들어 다 들어감.
보통 이럴 경우, 동등한 입장에서 합병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셋째로, 단순히 큰 틀의 경영권만 넘기는 parent-subsidiary관계를 맺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영리 쪽에서는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서 이런 방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작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단체의 서비스가, 서울의 규모가 큰 알려진 단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똑같을 경우, 잘 알려진 단체의 브랜드를 빌어 그 마을에서 더 폭넓은 서비스와 마케팅을 할 수 있겠지요. 이럴 경우,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되, 기본방침과 철학 등을 따르는 조건으로 도움을 받고, 그 브랜드 (단체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큰 단체의 경우, 손이 잘 닫지 않는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자회사처럼 법인을 세워 운영할 수 있겠지요.
근데, 이 합병이라는게 말은 참 쉬운데 실제로는 아주 복잡하고 골치하프죠. 특히, 단순한 자기 단체가 얻을 이익만 생각하고 일을 진행할 경우 대부분 실패하게 되어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자기의 단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상대 단체와 합치려 하기 때문에 조율에 문제가 생깁니다. 뭐가 강점이고 뭐가 단점인지를 모르는데, 상대와 어떤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합병얘기를 하기 전 Internal Assessment가 당연히 먼저 와야겠죠. 남녀사이에 빗대어 얘기한다면, 남자가 상대의 아름다움에만 반하여, 또는 단순히 외롭다고 누구를 만난다면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뒤에는 그 사람만의 깊은 본모습이 있을 테고, 내 자신이 그런 것을 감싸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릇이 되냐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 단체의 자가진단은 어떻게 할까요? 다음의 사항들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면, 합병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1. 어떠한 동기로 합병을 하려는가?
현금흐름의 개선: 영리법인이건 비영리법인이건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문제는 항상 골칫거리면서 고민거리죠. 비영리법인에서는 기부자 확대를 통한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때로는 the only option일 경우가 많습니다. Talent acquisition을 통한 필요한 능력 확대, 단체의 목표와 미션에 더 부합하기 위해 등등도 있을 수 있지만, 현금흐름이 막힌다면..사실 빛 좋은 개살구죠. 합병을 통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기부자들과, 그 주변의 이해당사자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합병의 동기와 결과는 없을 것 입니다.
2. 합병을 통한 예상결과?
기부금이 얼마나 늘 것이며, 수혜자가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인가를 구체적인 수치를 통하여 프로젝션이 가능하다면 이사회, 주요기부자, 직원들과 그 외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키고 일을 진행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죠.
3. 합병 후에도 단체의 미션과 목표가 명확할까?
합병을 하려는 두 단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미션과 목표가 조금씩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단체의 short-term, long-term골이 항상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에 맞춰 예산 편성도 다르게 이뤄지고요. 합병 후에 이런 dynamics가 어디로 튈 줄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 많은 곳에 말도 많다고, 꼭 말이 생기지요. 특히 두 리더십이 하나로 합쳐지면 보이지 않는 싸움도 많이 일어나고요. 경영학 책에 나오는 것 들은 사실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기업이건 비영리단체건,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감정개입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합병전 이런 topic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토론 해야만이 조금이나마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겠지요.
비영리법인은 합병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금전적으로 챙기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이 맞지 않는다고 금방 손 털고 나가는 일이 없습니다. 감정상하면 한쪽 리더십이 다른 단체로 이직하는 일이 대부분이지요. 근데, 이것도 그렇게 수월하지가 않아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이라면, 그 바닥에 소문도 빠르고 탤런트가 있는 사람들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휙~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4. 전략적 관계를 떠나, 동지애를 가질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까?
두 단체의 결합이란, 두 리더십, 탤런트, 스태프의 결합입니다. 합병은 전략적인 이유가 강하지만, 그 후는 동지애가 생기냐 안 생기냐가 큰 문제가 되지요. 열정적으로 단체를 이끌어 온 사람일수록 조직에 대한 애정이 많고 변화를 두려워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럴 경우, 충분한 업무협조로 비슷한 문화가 생성될 수 있는지 봐야겠지요. 1년 정도 업무협약을 통해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아닌지 간(?)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5. 경영진과 이사회의 관계가, 잡음 없이 단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가?
경영진과 이사회는 항상 한배를 탄 동지이자 위기시에는 서로 적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회사내에서 경영진/이사회/직원들과의 관계는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밀고 끌어주던 관계가, 오늘은 불편한 관계가 되어 얼굴을 붉혀야 할 상황이 수없이도 많습니다. 합병하고자 하는 두 단체의 이사회가 얼씨고 절씨고 좋다고 결정한 일이, 두 경영진을 애매하고 어려운 상황에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경영진은 불만을 토로하고, 이사회는 “이사회의 결정이다”라고 못을 박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금전적인 이익을 보는 사람이 없는 비영리법인의 합병은, 두 단체의 이사들과 임원들의 역학관계를 이리저리 충분히 제고, 테스트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립니다. 중간에 지치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합병을 맡은 위원회에서 적당히 조절을 해 주면 참 좋겠지요.
6. 어느 한 단체가 위기에 직면한 상태는 아닌가?
한 단체, 또는 양쪽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쪽이 망해서 문 닫기 직전이라면, 또 그것이 합병을 하려는 주된 이유라면 누가 합치고 싶어 할까요? 이사중 누가 나서서 계속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라도 해서 정상화 시킨 이후에 하던가 해야지요.
여담으로, 예전 뉴욕시티오페라도 거의 문 닫을 뻔 했어요. 오케스트라 노조와 경영진의 관계가 악화되어 다들 꽤 오래 힘들어 했습니다.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골드만삭스 임원 하다가 이사장으로 부임한 사람이 비영리법인을 투자은행 경영하듯 했다는 게 큰 문제였지요. 이런 단체의 경우, 조직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도 없이 회사 경영하듯 들이대면 득보단 실이 많다는 것은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만신창이가 되어, 돈 좀 만지는 이사 한분이 매년 몇백만불씩 들이 붓던 게 생각나네요.
7. 위험감수를 할 용의가 있는가?
어떠한 결합도 위험이 존재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하여 풀어 나갈려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8. 단체의 성장을 위한 의지가 있는가?
합병을 통한 현금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단체의 운영이 활발해 지면 단체성장에 대한 질문이 주어집니다. 두 단체의 비전이 어떻게 맞아 떨어지고, 얼마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합병 후 2-5년 후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한쪽에선 그냥 현재를 만족하고, 한쪽에선 성장하고자 한다면 결과야 뻔하겠죠?
일단, 여기 까지 “급”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곤해서요. ㅎㅎㅎ
다음 시간엔, 자선사업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써보도록 할게요. 가볍게 읽기 좋은 스토리로 준비하겠습니다. 약속만 남발하고 오늘도 전 이만..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