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운영의 건전성에 관하여…

지금 까지는 비영리법인의 기초를 다뤘다면, 오늘 포스팅 부터는 점차 실용적인 내용이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전에 다룬 기초가 부족하면 아무래도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 숙제를 대신 할 수는 없으니, 중간중간에 모르는 내용은 전 포스팅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내용은 ‘건전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왜 이런것이 필요하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겁니다. 상장기업이야 감시감독하는 기관도 많고, 기업을 분석하는 전문인력들도 시장에 깔려있어서 함부로 경영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 같은 경우에는,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주시하는 눈들이 적고, 감시감독을 덜 받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 포스팅들에 언급하였 듯, 50% 이상 공적자금이 (i.e. tax money) 들어가지 않는 한, 비영리 ‘사’기업 (private not-for-profit corporation)이라서, 공공기관이나 사회, 정부로부터 감시감독을 덜 받는것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기업/재단, 그리고 종종 정부후원금도 받아서 운영하는 단체이니 만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사회적책임이 있습니다. 후원금액과 지속적인 후원자들의 확보또한 이 투명성에서 보장되니 만큼, 사회에서 이해할 수준의 경영윤리가 필요합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비영리법인은 상장기업처럼 감시감독을 받고 Big 4로부터 회계감사를 받는 단체도 꽤 됩니다. 그렇기에 투명성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158만개의 비영리법인중에는 어떤 이유에서이건 그렇지 못한 단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건전성’과는 다른 말입니다. 한마디로, 투명하지만 건전하게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모든 단체들이 투명하다는 가정아래 건전하게 운영되는 단체인지를 알아보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주위에서 봉사할 기회를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산속에서 도를 딱거나 사고치고 철창안에 오랫동안 갖힌 신세가 아니라면, 다들 사회속에서 작은 봉사경험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평소에 그냥 관심이 많아서, 사회적인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타의로 끌려가서 (여친? 남친? 지인?),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 (아~ 한국은 선거철인가요?), 교회안에서, 또는 취업과 경력에 도움이 될까해서 하는 사람..등등. 그 이유를 막론하고, 이러한 첫 발걸음은 비영리단체와 끈을 맺어주는 관계를 성립합니다. 그게 자의던 타의던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것이 이러한 작은 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남녀관계도 서로의 눈빛이나 말 한마디로 시작되잖아요. 처음부터 하악하악은 좀 이상하죠?

이 작은 발걸음에서 더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거기서 멈춰버리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더 한걸음 나아간다면, 기회가 있을때마다 봉사에 참여하고 그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일겁니다. 관심이 없어지면 안하면 됩니다. 본인이 하기싫은데 굳이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근데, 여기서 그 봉사에 대한 만족도가 계속 생기면, 관심이 생기는 단체와 일의 종류가 어느정도 정해집니다. 그럼 정기적인 후원과 봉사로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함과 동시에,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사회에 이 일에 통하여 지속적으로 봉사한다면 이 단체가 내 개인시간과 탈렌트, 또는 금전적인 후원자로써 투자를 할만한 가치가 있는 단체인가.’

즉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곳인가에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commitment를 하기 전에는 꼭 고민해 봐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방만하게 운영되는 단체라고 밝혀졌을때의 실망감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이거 너무 포스팅 안쓰고 놀았더니, 글쓰기가 힘드네요. 킁….. 자, 그럼 똥꼬에 힘 팍~ 주고 60초후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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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단체에 깊숙히 관여하기 전에 자체평가(?)를 할수있는 스탠다드가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서 나름 점수를 매겨보세요. 이 기준은 BBB (Better Business Bureau)라는 단체에서 사용하는 The BBB Wise Giving Alliance Standards of Accountability라는 기준을 기본으로 제 사견을 얹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기준을 바탕으로 나름의 본인기준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단체의 운영이 건전하다 안하다는 정확한 답이 없습니다. 지금 다루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본인이 빼고 더해서 만든 기준으로 평가하시면 되겠습니다. 본인이 만족하고 뿌듯한 느낌을 받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방만하게 운영되는 단체에 뿌듯해 하지는 않겠지요?

1. 이사회 운영이 정상적인 감시역할을 하는가?

이사회에 역할은 지속적인 후원을 하는 것 이외에, 단체의 경영진들이 제대로 운영을 하는지에 대한 감시를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의 CEO가 이사회의 경영평가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경영진들 또한 이사회에 매년 Form 990과 감사받은 재무재표를 제출하여 평가를 받고, 예산안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경영진 중에는 이사회 멤버가 한명이상 있으면 안되고, 친인척들이 관여하면 안됩니다. 너무도 당연한 소리같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Form 990에 이러한 사항들을 보고하게 되어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단체의 경우는 회계사가 대충처리해서 국세청에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질문했을때,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면, 이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이사회 구성원

투표권이 있는 이사회 구성원의 숫자는 최소 5명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10명에서 20명 사이거나, 그 이상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숫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대충 승인하고, 담합하여 부정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3. 이사회 미팅

이사회 미팅은 멤버들의 50%이상 참석하에 일년에 최소 3번 정도가 좋습니다. 단체의 방향이 올바른지 점검하는 시간이지요. 생긴지 얼마되지 않는 단체는 한두달에 한번씩 모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단체들은 아무래도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일을 나눠서 하는 경우입니다.

4. 보수를 받는 이사회 멤버가 한명 또는 전체 숫자의 10%가 넘지 않아야 합니다. 보통 보수를 받는 CEO가 이사회 구성원인 경우이고, 그 외에 보수를 받는 이사들이 있으면 안됩니다. 이것은 잘 알다시피, 단체일과 관련없는 지인이나 친인척을 이사회에 앉혀서 보수를 받게하는 것을 막기위함 입니다. 이사회가 결정권이 있기때문에 불법은 아닙니다만, 건전한 윤리경영은 아니겠지요. 이러한 사실또한 Form 990에 명시하게 되어있습니다.

5. 이사회의 구성원이 소유 또는 깊이 관련있는 업체를 고용하지 않습니다. 단, 시가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이유라면, 그 기록과 함께 따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Form 990).

6. 2-3년에 한번쯤은 이사회 멤버가 3분의2이상 참석하여, 단체의 전체방향, 전략, 장기계획을 되돌아 보는 자가진단을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사회내에서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외부 컨설팅을 받는것이 좋습니다. 비영리법인의 이사들은 다 명예직이기 때문에 잘못되고 있어도 그것을 밝히고 고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체규정으로 만들어 놓고, 꼭 할 수 있게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YMCA같은 단체가 이런 이유로 가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헬스장과 모텔같은 수익모델이 존재해서 무슨 봉사를 하는지 좀 모호한 경우가 있거든요.

7. 총 지출의 최소 65% 이상은 단체가 지향하는 프로그램에 쓰여져야 합니다. 전 포스팅에 언급한 재무재표를 기준으로, (Program Expense/Total Expense)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면, 한 구호단체가 2010년에 총 $100불을 지출하였는데, 그중에 $65불 이상이 구호에 관련된 일에 쓰여지지 않았다면,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년안된 단체들은 50% 이하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상대적으로 ‘Administrative’지출이 더 늘어나겠지요? 기부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매달 기본으로 나가는 administrative지출이 비율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준들은 나름 한번 만들어 보세요. 단, 이러한 기본운영비 (administrative expense)가 전체지출의 60-70%대에 육박한다면, 단체가 굳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면, Total Expenses = Program Expenses + Administrative Expenses + Fundraising Expenses 입니다.

이 바로전 포스팅에 Save the Children의 예를 다뤘었죠? 이 단체는 총지출의 90%를 프로그램에, 기본운영비에 4%, 기금모금에 6%를 사용하였습니다. 가장 건전하게 운영되는 단체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8. 기금모금 활동으로 (Fundraising) 사용된 지출이, 그 활동으로 거둔 수입의 35%가 넘지 않아야 합니다. (Fundraising Expenses/Related Contributions)으로 계산합니다. 예를들어, 기금모금 만찬에서 $100이 모금됐다면, 그에 사용된 지출이 $35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수입의 동기가 단체활동과 그 프로그램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지, 사교클럽이나 자기식구 먹여살리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금의 종류와 방법은 따로 다루겠습니다. 잠시 언급하자면, 기본적으로 매년 열리는 기금만찬 Gala, 회원모집 (우편), 전화모금, 정기후원 (Annual Fund), 또는 장기계획 실현을 위한 Capital Campaign등이 있습니다. 이런것에 들어가는 임금, 우편, 배송, 인쇄, 사무용품, 서비스비용 등등이 모금지출에 들어가겠습니다.

9. 단체가 지향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사용되야하는 펀드들이 축적되서는 안됩니다. 이말은, 단체의 Unrestricted Fund (asset)이 계속 쌓이지 않고, 활동에 지속적으로 쓰여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비영리법인이 이런 Unrestricted Fund들을 축적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체의 존재 이유는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서 세상을 이롭게 함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서 아껴둔다면, 처음부터 그 돈은 Temporarily Restricted 로 분류돼야겠지요. 건전한 단체는, Unrestricted fund가 전년도 총 지출, 또는 현 예산에서 3배를 넘지 않습니다. 다시말하면,

Unrestricted Asset : Last Year’s Total Expenses (or Current Year’s Budget)의 비율이 3:1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사립재단의 같은 경우는 매년 총자산의 5%에 달하는 금액을 다른 단체에 기부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5% payout rule 이라고 불립니다) 이는 비영리법인으로서 혜택을 받으면서, 기부활동을 하지 않는 재단들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설립한 재단이 아무런 기부활동없이 계속 부만 축적하고, 그 재단에 사돈에 팔촌까지 고용되서 다 해먹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10. 연간 기부수입이 $250,000을 넘는 단체는 FASB기준에 맞춘 4가지의 재무재표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외부에서 요구시에 전년도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수입이 적은 단체는 외부회계사의 도움으로 Form 990만을 제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단체의 규모가 작으면, full-time으로 회계사를 고용하기가 힘들고 그런 시스템을 확립하기도 재정적으로 힘들기에, 강도높은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입니다.

11. 기부요청을 하는 모든 자료에는, 기부금의 사용용도가 명확하게 표기되어야 합니다. ‘그냥 좋은일 하는데 쓰여지니까 기부하십시요’는 그닥 바른 요청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부금의 용도가 나누어 질때도 명시를 해야합니다. 적십자사의 경우는 보통 구호성금을 받을때 10%는 운영비로 사용한다고 표기합니다. 그래서, $100을 일본지진 성금에 기부했다면, $90은 구호활동에 들어가고, 나머지 $10은 단체 운영비에 들어갑니다. 가끔, 본인의 성금이 100% 모두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럼 소는 누가키웁니까? 돈 한푼없이 체계적, 효율적으로 단체가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12. 개인정보보호정책이 명확해야합니다. 단체들도 기부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교환하고, 때로는 구입하기도 합니다. 어느 단체에 기부할때는 이런한 정책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기부자가 원하는데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보호해줘야 합니다. 의외로 정책에 대한것만 올려놓고, 관리를 잘 못하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기부한번 했는데, 수많은 다른 단체들도 기부하라고 편지가 날라오면 무슨뜻인지 아시겠죠?

자, 이정도로 건전성에 대한 기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보면 언뜻 당연한듯 싶어도,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단체들 꽤 많습니다.

삼천포로 잠깐 빠질께요. 컨설팅 요청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꽤 큰 단체인데도 황당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것이 쓸데없는 정치싸움과 책임을 지지않으려고 돌리고 돌리는 리더십역할의 메니져들이 항상 껴 있더군요. 또 한 예로는 단체의 가치와 운영을 기업다루듯 하는 운영진도 한 몫 합니다. 모든 단체는 그 단체의 성격과 가치를 이해하는 리더들이 운영을 해야합니다. 안그러면, 말아먹는거 1-2년이에요. 골드만 임원이었다면, 어딜가나 다 잘할것 같아요? 훗~ 뉴욕시오페라 이사회 의장님한테 물어보세요. 국수마는 법, 잘 가르쳐 줄거에요. 또 피곤한건, 지적질 잘하고 해결책은 없는 사람들 많죠? 해놓은것 지적질 하는건 쉬워요. 뭔가를 만들어 내는게 더 힘들죠. 요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보다, 지적질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어도, 그를 존경하고 그리워지는게 이런 이유인것 같습니다. 그가 간 이후로 생각이 많아지네요.